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함 민복

푸른 언덕 2021. 9. 7. 20:31

그림 / 강 계 진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 함 민 복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시집 /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