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뚜벅이 이야기2/걷기 좋은 길

비 내리는 경춘선 숲길

푸른 언덕 2021. 8. 26. 19:21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밤새워 쓴 긴 편지는 물에 젖고

 

가을은 느린 호흡으로 온다.

 

목을 떨구는 짧은 문장들

 

곱디고운 백일홍은 긴 편지지에

 

젖은 마음 곱게 써 내려간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

 

청춘의 꿈은 저리도 화안한데

 

빌어먹을 세월 곱기도 해라.

 

소리 없이 혼자 우는 사내들

 

환한 미소로 매달리는 어린 자식들

 

넘어져도 한 걸음씩 용기 내서 가자.

 

사내는 아직도 건장하다.

 

울지 마라! 코로나로 무너진 터전 일구자.

 

매일 새벽마다 가꾸고 또 가꾼다.

 

남몰래 흘린 눈물, 상처가 아물고

 

소박한 일상을 피어 올린다.

 

가슴이야 피멍이 들었지만

 

그 타오르는 불길, 사자의 포호처럼

 

새로운 출발을 한다.

 

너무 힘들면 울면서 웃어라.

 

인생은 늦은 오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

 

쉼표를 주머니에 잠시 쑤셔 넣고

 

매일 먹이를 찾아 나선다.

 

언젠가 내 인생에도 싹이 트겠지?

 

땀 흘린 내게 "수고했소"인사를 한다.

 

물든다는 말, 나는 그대에게 그대는 나에게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다리가 되어주고

 

어린 새끼들 버리지 않고, 함께 손잡고

 

달리고, 또 달려가 보자.

 

인생길, 노을 앞에 서면 노란 훈장 달아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