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바람의 시간들 / 이규리

푸른 언덕 2021. 8. 16. 18:22

그림 / 안 효 숙

 

바람의 시간들 / 이규리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누군가 떠나고 있는 것 같다

 

바람을 위해 허공은 가지를 빌려주었을까

 

그 바람, 밖에서 부는데 왜 늘 안이 흔들리는지

 

종일 바람을 보면

간간이 말 건너 말을 한다

 

밖으로 나와, 어서 나와 안이 더 위험한 곳이야

 

하염없이

때때로 덧없이

떠나보내는 일도 익숙한

 

그것이 바람만의 일일까

 

이별의 경험이 이별을 견디게 해주었으니

바람은 다시 바람으로 오리라

 

종일 바람 부는 날, 밖을 보면

 

나무가 나무를 밀고

바람이 바람을 다 밀고

 

이규리 시집 / 이럴 땐 쓸쓸해도 돼 <천년의 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