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 권 영 하
도배를 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낡은 벽은 기존의 벽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진액을 빨아 버짐으로 자랐다
벽지를 그 위에 새로 바를 수도 없었다
낡고 얼룩진 벽일수록 수리가 필요했고
장판 밑에는 곰팡이꽃이 만발발했다
합지보다 실크 벽지를 제거하는 것이
더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사하거나 집을 새로 지을 수도 없었기에
낡은 벽을 살살 뜯어내고
새 벽지를 재단해 잘 붙였야 했다
습기는 말리고 울퉁불퉁한 곳에 초배지를 발랐다
못자국과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잘 고른 벽지는 벽과 천장에서 환하게 뿌리를 내렸다
온몸에 풀을 발라 애면글면 올랐기에
때 묻고 해진 곳은 꽃밭이 되었다
갈무리로 구석에 무늬를 맞추었더니
날개 다친 나비도 날아올랐다
방안이 보송보송해졌다
<권영하 시인 약력>
*경북 영주 출생
*201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2년 한국교육신문 교단 수기 당선
*현재 점촌 중학교 교사
*2019년 <부산일보> 신춘 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 2019년 신춘 문예 당선 시집
<문학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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