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개혁 / 권 영 하 <신춘문예 당선 시>

푸른 언덕 2021. 8. 15. 18:15

 

개혁 / 권 영 하

도배를 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낡은 벽은 기존의 벽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진액을 빨아 버짐으로 자랐다

벽지를 그 위에 새로 바를 수도 없었다

낡고 얼룩진 벽일수록 수리가 필요했고

장판 밑에는 곰팡이꽃이 만발발했다

합지보다 실크 벽지를 제거하는 것이

더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사하거나 집을 새로 지을 수도 없었기에

낡은 벽을 살살 뜯어내고

새 벽지를 재단해 잘 붙였야 했다

습기는 말리고 울퉁불퉁한 곳에 초배지를 발랐다

못자국과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잘 고른 벽지는 벽과 천장에서 환하게 뿌리를 내렸다

온몸에 풀을 발라 애면글면 올랐기에

때 묻고 해진 곳은 꽃밭이 되었다

갈무리로 구석에 무늬를 맞추었더니

날개 다친 나비도 날아올랐다

방안이 보송보송해졌다

<권영하 시인 약력>

*경북 영주 출생

*201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2012년 한국교육신문 교단 수기 당선

*현재 점촌 중학교 교사

*2019년 <부산일보> 신춘 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 2019년 신춘 문예 당선 시집

<문학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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