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해바라기 5

해바라기 / 이 효

그림 : 차 정 미 ​ ​ ​ 해바라기 / 이 효 ​ ​ 차마 당신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한곳을 향해서 달려가던 마음이 슬픈 자화상 속으로 걸어갑니다 ​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어린 자식을 키워내고 늘 해바라기처럼 반듯하게 살았는데 ​ 아닙니다라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입안에 자갈을 물고 살았는데 왜 이제서야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것들이 당연히 여겨지지 않는지 ​ 고개를 들고 있는 저 노란 해바라기에게 묻고 싶습니다 태양 속으로 걸어들어가면 타버리는지? 재로 남을지언정 가보고 싶습니다 ​ ​ 늦은 오후 해바라기가 돌아서는 까닭은 한 장의 종이 위에 펄떡이는 마지막 숨을 시 한 방울로 해바라기를 그리고 싶습니다. ​ ​ ​ ​ 그림 / 차 정 미

해바라기 (국수리 어머님 그림)

해바라기 ​ 국수리 어머님의 따끈한 그림이 도착했다. 친한 동생의 어머님이시다. 연세는 여든일곱 이시다. 가난하고 강직한 공무원의 아내로 사셨는데 일찍 남편을 여의시고 2남 1녀를 홀로 키우셨다. ​ 손재주가 뛰어나셔서 이웃들의 결혼식이 있을 때 밤, 대추로 폐백 음식을 산처럼 멋지게 쌓으셨단다. 동네 사람들 칭찬이 부끄러우셨단다. 세 자녀들의 옷을 아기 때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손수 만들어 입히셨다. 시장에서 천을 떠다가 눈짐작으로 신문지에 재단을 하시고 옷을 만들어 입히셨단다. ​ 뜨개질도 잘하셔서 겨울에 코트를 떠서 입히셨단다. 어린 자식들 귀 시릴까 봐 모자도 손수 떠서 씌워주셨는데 앞에 챙이 나온 모자는 책받침을 오려서 넣으셨다고 한다. ​ 평소에 땅을 놀리는 것을 죄로 여기신 어머님은 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