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지평선 4

나의 마음을 위해서라면 / 파블로 네루다

그림 / 오영희 나의 마음을 위해서라면 / 파블로 네루다 나의 마음을 위해서라면 당신의 가슴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자유를 위해서라면 나의 날개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영혼 위에서 잠들고 있던 것은 나의 입으로부터 하늘로 올라갑니다. 매일의 환상은 당신 속에 있습니다. 꽃관에 맺혀 있는 이슬처럼 당신은 가만히 다가옵니다. 당신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 때 당신은 지평선을 파들어가고, 그리고 파도처럼 영원히 떠나갑니다. 소나무 돚대처럼 당신은 바람을 통해 노래합니다. 길 떠난 나그네처럼 갑자기 당신은 슬픔에 잠겨 버립니다. 옛길처럼 당신은 언제나 다정하고, 산울림과 향수의 노래가 당신을 부드럽게 안아 줍니다. 당신의 영혼 속에서 잠들던 새들이 날아갈 때, 그때야 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시집 / 시가 있..

그 꽃의 기도 / 강은교

그림 / 조 청 수 ​ ​ ​ ​ 그 꽃의 기도 / 강은교 ​ 오늘 아침 마악 피어났어요 내가 일어선 땅은 아주 조그만 땅 당신이 버리시고 버리신 땅 나에게 지평선을 주세요 나에게 산들바람을 주세요 나에게 눈 감은 별을 주세요 그믐 속 같은 지평선을 그믐 속 같은 산들바람을 그믐 속 같은 별을 내가 피어 있을 만큼만 내가 일어서 있을 만큼만 내가 눈 열어 부실 만큼만 내가 꿈꿀 만큼만 ​ ​ ​ ​

말표 고무신 260 / 나 호 열

그림 / 최 윤 아​ ​ ​ 말표 고무신 260 / 나 호 열 ​ 일주일에 한 번 산길 거슬러 오는 만물트럭 아저씨가 너를 데려다주었어 말표 흰 고무신 260 산 첩첩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이곳에서 몇날며칠을 달려도 닿지 못하는 지평선을 향해 내 꿈은 말이 되어보는 것 이었어 나도 말이 없지만 너도 말이 없지 거추장스러운 장식도 없이 그저 흙에 머리를 조아릴 때 내 못난 발을 감싸주는 물컹하게 질긴 너는 나의 신이야 ​ * 월간 중앙 / 2021년 9월호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