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인생 8

한울*강 / 이 효

그림 / 조 규 석 한울*강 / 이 효 그대가 그리운 날에는 바람 부는 강가에 서서 아득히 먼 산을 바라봅니다 오랜 세월 내 안에 가둬두었던 당신을 떠나보냅니다 그대가 생각나는 날에는 강가에 핀 유채꽃 사이로 피어오르는 구름을 바라봅니다 나뭇잎이 빗물에 씻기듯 마음에서 그대를 떠나보냅니다 인생은 강 건너 보이는 흐린 산 같은 것 푸른 것들이 점점 사라지는 눈물 그대는 먼 산으로 나는 강물로 왔다가 깊이 끌어안고 가는 묵언의 포옹 *한울 / 큰 울타리처럼 사람들을 포근하게 안아주어라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부치지 않은 편지1 / 정호승

그림 / 성기혁 부치지 않은 편지1 / 정호승 ​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 이슬에 새벽 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 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니 밤마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 정호승시집 / 새벽편지

나무가 나무를 모르고 / 이규리

그림 / 서 순 태 ​ ​ ​ ​나무가 나무를 모르고 / 이규리 ​ 공원 안에 있는 살구나무는 밤마다 흠씬 두들겨맞는다 이튿날 가보면 어린 가지들이 이리저리 부러져 있고 아직 익지도 않은 열매가 깨진 채 떨어져 있다 새파란 살구는 매실과 매우 흡사해 으슥한 밤에 나무를 때리는 사람이 많다 ​ 모르고 때리는 일이 맞는 이를 더 오래 아프게도 할 것이다 키 큰 내가 붙어 다닐 때 죽자고 싫다던 언니는 그때 이미 두들겨맞은 게 아닐까 키가 그를 말해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평생 언니를 때린 건 아닐까 ​ 살구나무가 언니처럼 무슨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매실나무도 제 딴에 이유를 따로 남기지 않았지만 그냥 존재하는 것으로도 서로 아프고 서로 미안해서, 가까운 것들을 나중에 어느 먼 곳에서 만나면 미운 정 고운 정,..

비 내리는 경춘선 숲길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 밤새워 쓴 긴 편지는 물에 젖고 ​ 가을은 느린 호흡으로 온다. ​ 목을 떨구는 짧은 문장들 ​ 곱디고운 백일홍은 긴 편지지에 ​ 젖은 마음 곱게 써 내려간다. ​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 ​ 청춘의 꿈은 저리도 화안한데 ​ 빌어먹을 세월 곱기도 해라. ​ 소리 없이 혼자 우는 사내들 ​ 환한 미소로 매달리는 어린 자식들 ​ 넘어져도 한 걸음씩 용기 내서 가자. ​ 사내는 아직도 건장하다. ​ 울지 마라! 코로나로 무너진 터전 일구자. ​ 매일 새벽마다 가꾸고 또 가꾼다. ​ 남몰래 흘린 눈물, 상처가 아물고 ​ 소박한 일상을 피어 올린다. ​ 가슴이야 피멍이 들었지만 ​ 그 타오르는 불길, 사자의 포호처럼 ​ 새로운 출발을 한다. ​ ..

뒷모습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뒷모습 / 이 효 ​ 앞집 훈이 아저씨가 은퇴를 하셨다 병원장님 댁 정원사로 일을 하셨다 빠른 손놀림을 눈여겨 본 병원장님은 아저씨를 병원 기관실로 보내셨다 첫 출근이었다 ​ 아저씨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사람들 그래도 새벽부터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아저씨는 병원 문턱이 닳도록 일을 하셨다 열등감 따위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 어린 아들을 세명이나 키워야 했다 한 평생 전투를 하듯이 살아온 인생도 국수발 잘리듯이 잘여나가는 시간이 왔다 은퇴를 하란다. 느린 손놀림은 헛헛한 웃음만 자아낸다. ​ 마지막 퇴근길에 아픈 아내와 아들을 위해서 병원 앞 욕쟁이 할머니네서 만둣국을 포장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씀은 뒤지지 말고 살란다 상 위에 오른 만두를 자른다 아직도 배가 통통해서 견딜만한데..

연어 / 정 호 승

연어 / 정 호 승 바다를 떠나 너의 손을 잡는다 사람의 손에게 이렇게 따뜻함을 느껴본 것이 그 얼마 만인가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누구나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바다는 너의 기다림 때문에 항상 깊었다 이제 나는 너에게 가까이 다가가 산란을 하고 죽음이 기다리는 강으로 간다 울지 마라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오늘 내가 꾼 꿈은 네가 꾼 꿈의 그림자일 뿐 너를 사랑하고 죽으러 가는 한낮 숨은 별들이 고개를 내밀고 총총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이제 곧 마른 강바닥에 나의 은빛 시체가 떠오르리라 배고픈 별들이 오랜만에 나를 ..

성공이란? 되돌려 주는 것

담장 넘지 말아라. 노란 들꽃아~~ 내가 사는 세상은 어둠이 짙다. 사람들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심성 고운 네가 살기에는 너무 거칠다. 때로는 착한 사람도 간혹 있다. 하늘로 나는 새들 목축이고 가라고 붉은 담장 위에 물그릇 놓아주는 사람도 있다. 어쩌다 한 명씩 돌연변이 같은 사람들이다. 기어올라오지 말아라. 살만한 세상이 아니라니까 목청 아프게 말하면 쬐깜 들어라. 마음 다치고 싶으면 넘어와라. 믿는 사람들에게 받는 것은 상처뿐이다. 새벽녘 이슬 같은 사랑으로 맹세하고, 마음 녹여놓고 쪼로롱 마음 변해 멀리 도망가는 게 사랑이더라. 누런 상처만 남는 게 세상이더라. 나도 너처럼 철없던 시절 사랑이 세상에 전부인 줄 알고 철창에 목을 매달았다. 그런데 세상은 사랑이 전부가 아니더라. 그때는 부모님 말..

사람이 되는 것, 꽃이 되는 것

인생이란 소유하거나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는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 법정 스님은 스스로 행복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보다 나다운 보다 꽃다운 보다 인간다운 삶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인간을 가르는 척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행복한 자와 불행한 자의 기준인양 착각하고 살아갑니다. 많이 가진 자도 불행하게 사는 사람이 많고 적게 가져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결국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법정 스님 말씀처럼 스스로 행복해질 때가 가장 인간답게 살고,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들판에 활짝 핀 꽃들도 욕심을 부리거나 자리싸움을 하지 않습니다. 씨앗이 떨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꽃을 피워 올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