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암동 / 박준 그림 / 홍종구 종암동 / 박준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느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 현관에 들어선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 왜 우시냐고 물으니 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런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이야기/명시 2023.07.06
장마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 박준 장마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 박준 그곳의 아이들은 한번 울기 시작하면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 버리고는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이야기/명시 202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