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2

종암동 / 박준

그림 / 홍종구 ​ ​ ​ ​ 종암동 / 박준 ​ ​ ​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느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 ​ 현관에 들어선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 ​ 왜 우시냐고 물으니 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런다고 했다 ​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 ​ ​ ​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 ​ ​ ​​ ​

장마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 박준

​ ​ ​ ​ ​ ​ 장마 (태백에서 보내는 편지) / 박준 ​ ​ ​ ​ 그곳의 아이들은 한번 울기 시작하면 ​ 제 몸통보다 더 큰 울음을 낸다고 했습니다 ​ 사내들은 아침부터 취해 있고 ​ 평상과 학교와 공장과 광장에도 빛이 내려 ​ 이어진 길마다 검다고도 했습니다 ​ 내가 처음 적은 답장에는 갱도에서 죽은 광부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습니다 ​ 그들은 주로 질식사나 아사가 아니라 터져나온 수맥에 익사를 합니다 ​ 하지만 나는 곧 그 종이를 구겨 버리고는 ​ 이 글이 당신에게 닿을 때쯤이면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새로 적었습니다 ​ ​ ​ ​ ​ ​ 박준 시집 /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