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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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귀향 / 조 병 화

그림 / 김 희 정 ​ ​ ​ ​ 고요한 귀향 / 조 병 화 ​ ​ ​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 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 ​ 비가 내리다 개이고 개다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 폭설이 되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세월이 되고 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 ​ 지나온 주막들 아련히 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 ​ 아, 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 조병화시집 / 고요한 귀향 ​ ​ ​ ​ 그림 / 김 희 정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 병 화

그림 / 데스 브로피 ( Des Brophy ) ​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 병 화 ​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 비가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 함박눈 내리는 밤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도 꼭 닫힌 창문으로 눈이 가지 않는 사람은 사랑의 덫을 모르는 가엾는 사람이란다. ​ ​ 시집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 ​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 준

그림 : 김 정 수 ​ ​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 박 준 ​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은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 폐가 아픈 일도 이제 자랑이 되지 않는다 ​ 눈이 작은 일도 눈물이 많은 일도 자랑이 되지 않는다 ​ 하지만 작은 눈에서 그 많은 눈물을 흘렸던 당신의 슬픔은 아직 자랑이 될 수 있다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 나는 이제 철봉에 매달리지 않아도 이를 악물어야 한다 ​ 이를 악물고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 비 마중 나오듯 서리서리 모여드는 ​ 당신 눈동자의 맺음새가 좋기도 하였다 ​ ​ ​ 박준 시인 약력 * 출생 : 1983년, 서울 * 학력 : ..

장마, 갈까? 말까?

장마가 참 오래간다. 친구랑 아침 산책을 같이 나가기로 약속했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갈까? 말까? 가자! 옷은 빨면 그만이지 그래 맞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기분이 훨씬 좋았다. 어릴 적에 동네 친구들이랑 비를 쫄닥 맞으며 노는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랑 동심으로 돌아갔다. 중랑천 뚝방길 천에 물이 가득 불었다. 작은 보에서 물이 쏟아진다. 다리 위에서 물이 시원하게 떨어진다. 아슬아슬하게 나무가 물에 잠긴다. 세상이 온통 깨끗해졌다. 마가목 ^^ 바람과 물에 쓰러진 풀들 물에 비치는 아파트가 아름답다. 장마는 순식간에 물이 불어 오른다. 천이 아니라 물이 많아 한강 같다. 자전거 타고 시원하게 달리는 아저씨 물고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