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둥근밥상 2

숟가락을 놓다 / 이 효

그림 / 정도나숟가락을 놓다 / 이 효​낡은 부엌문 바람이 두들기는데빈 그릇에 바람 소리 말을 더듬고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둥근 밥상에 수저 두 개 올려놓고비린내 나는 생선을 굽는다할머니 나물 팔던 손으로부엌문 활짝 열어 놓았다​바람은 잠시 단추를 채우고 나간다그림자 된 춥고 외로운 사람들쓰러진 술병처럼 몸이 얼었다 녹는다산산이 발려진 생선 가시의 잔해들​무표정한 가시를 모아 땅에 묻는다상처 난 것들 위로 첫눈이 내린다​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부엌에 온기를 넣는 것​​​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

고구마 순 (자작 시)

고구마 순 / 이 효 고구마 순 나물이 먹고싶다 가을을 땅에 묻고 올라온 손 구수한 그 맛이 그립다 보랏빛 껍질을 홀딱 벗긴다 순수한 영혼 되란다 뜨거운 물에 말랑 삶는다 유연한 사람이 되란다 은근히 당기는 참기름 프라이팬에 야들야들 볶는다 남들과 잘 어울리란다 가을 달밤이 타들어가는 소리 아련한 유년의 추억 부뚜막을 넘는다 하얀 쌀밥에 고구마 순 나물 이 빠진 둥근 밥상 할머니와 겸상을 한다 밥 굶고 다니지 말란다 할머니 마른 목덜미 닮은 긴 고구마 줄기 길이 아니면 돌아서 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