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돌멩이 4

바람의 사원 / 박 순

바람의 사원 / 박 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구부러진 길을 갈 때 몸은 휘어졌고발자국이 짓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꽃과 풀과 새의 피가 흘렀다바람이 옆구리를 휘젓고 가면돌멩이 속 갈라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바람의 늑골 속에서 뒹구는 날이 많았다바람이 옆구리에 박차를 가하고 채찍질을 하면 바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었다질주본능으로 스스로 박차를 가했던 시간들옆구리의 통증은 잊은 지 오래일어나지 못하고 버려졌던검은 몸뚱이를 감싼 싸늘한 달빛그날 이후내 몸을 바람의 사원이라 불렀다 ​​  시집 / 바람의 사원

냉이꽃 / 이근배

그림 주인공 / 페르디 난트 2세 대공 ​ ​ ​ 냉이꽃 / 이근배 ​ ​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거야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는 내 유년에 날아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막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난 너 여리운 풀은. ​ ​ ​ 시집 / 시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애송 명시 ​

천장호에서 / 나희덕

그림 / 강승연 천장호에서 / 나희덕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제 단단함의 서슬만이 빛나고 있을 뿐 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 헛되이 던진 돌멩이들, 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 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 김용택이 사랑한 시 / 시가 내게로 왔다 블로그 친구 분들이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은 환영합니다. 그러나 본문 내용과 상관없는 붙임성 댓글은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겨울달 / 문 태 준

그림 / 전 지 숙 ​ ​ ​ 겨울달 / 문 태 준 ​ ​ 꽝꽝 얼어붙은 세계가 하나의 돌멩이 속으로 들어가는 저녁 ​ 아버지가 무 구덩이에 팔뚝을 집어넣고 밑동이 둥굴고 크고 흰 무 하나를 들고 나오시네 ​ 찬 하늘에는 한동이의 빛이 떠 있네 ​ 시래기 같은 어머니가 집에 이고 온 저 빛 ​ 문태준 시집 /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