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눈물 12

해장국 끓이는 여자와 꽃

그림 : 김 정 수 ​ 해장국 끓이는 여자와 꽃 / 이 효 ​ 사람들이 잠든 새벽 해장국 끓이는 여자는 가슴에 꽃씨를 품는다 ​ 내일은 해장국집 간판 내리는 날 애꿎은 해장국만 휘휘 젓는다 ​ 옆집 가계도, 앞집 가계도 세상 사람들이 문 앞에 세워놓은 눈사람처럼 쓰러진다 희망이 다 사라진 걸까 ​ 화병 안에 환하게 웃고 있는 꽃송이 하나 뽑아 가계 앞 눈사람 가슴에 달아준다 ​ 무너지지 마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자 폭풍 속에 나는 새도 있잖아 ​ 가마솥에 꽃이 익는다 여자는 마지막 희망을 뚝배기에 담는다 눈물 한 방울 고명으로 떠있다 ​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 도종환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 도종환 ​ 그대여 절망이라 말하지 말자 그대 마음의 눈녹지 않는 그늘 한쪽을 나도 함께 아파하며 바라보고 있지만 그대여 우리가 아직도 아픔 속에만 있을 수는 없다 슬픔만을 말하지 말자 돌아서면 혼자 우는 그대 눈물을 우리도 알지만 머나먼 길 홀로 가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지 않는가 눈물로 가는 길 피 흘리며 가야 하는 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밤도 가고 있는지 그대도 알고 있지 않는가 벗이여 어서 고개를 들자 머리를 흔들고 우리 서로 언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서 가자 그대여 아직도 절망이라고만 말하지 말자 ​ 도종환 시인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충북사범대학 국어국문과 졸업 1984년 동인지 에 시 를 발표하고 등단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