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꼭지켜야할일 2

사다리집 풍경 / 임승훈

그림 / 김경희 사다리집 풍경 / 임승훈 허공에 걸린 밧줄에 여덟 개의 발이 꺼꾸로 매달려 수없는 곡예를 반복하는 무공해 건축 기법 수학 공식은 잊지 않았는지 팔각형 모서리마다 줄을 걸고 자로 잰 듯 가지런하게 집을 짓는 건축사 모진 태풍에도 까딱없는 사다리 집 짓고 외줄타기하는 곡예사 작은 녀석이 맹랑하다 이슬 내린 보금자리에 아침 햇살이 내려왔다가 하얀 궁전 위에 핀 이슬 꽃이 되었다 진실과 거짓 사이에 숨어있는 모습이 밉지만 성실하게 사는 징그럽지만 귀여운 아이 임승훈 시집 / 꼭, 지켜야 할 일

꼭지켜야 할 일 ᆞ1 / 임승훈

그림 / 서문일초 꼭지켜야 할 일 ᆞ1 / 임승훈 십오 년 만에 장롱 서랍장 밑에서 찾아낸 아내의 얼굴 자국 먼지 먹은 원고지와 눈물 먹은 일기장 속에 그녀의 혼불이 살아 있었다 깨알 손글씨에 민낯을 드러낸 아내의 얼굴 긴 병마에 멍든 가슴 일기장에 남아 있고 두 아이의 사연이 눈가에 멍울져 있었다 밀물과 썰물에 밀려갔다 밀려오는 그녀의 숨겨진 그림자 일기 읽어보고 또 읽어 본다 나는 갯벌에 나와 물을 찾아 떠도는 물새 상처 난 외눈으로 아내의 눈물을 먹고 있는 눈물 새 무정하고 무심한 나비 꽃 당신 그래도 당신이 남기고 간 꼭 지켜야 할 일을 또 다시 보고 상처난 세월을 다시 꿰매고 있다 임승훈 시집 / 꼭, 지켜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