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가시 6

사랑은 / 박수진

그림 / 이경주 ​ ​ ​ ​ ​ 사랑은 / 박수진​ ​ ​ ​ 사랑은 짐을 들어 주는 게 아니라 마음을 들어 주는 것이다 사랑은 내 마음에 등불이 켜지는 거 어둠 속에 빛이 켜지는 거 겨울에도 72도의 체온 속에 상처를 녹이는 것이다 사랑은 지상에서 아름다운 꽃을 같이 가꾸는 것 선인장 잎에서 가시를 뽑고 꽃이 피게 하는 것이다 내 심장에 산소를 넘치게 하여 지평선 끝까지 뛰게 하는 것이다 ​ ​ ​ ​ ​ 산굼부리에서 사랑을 읽다 / 박수진 ​ ​ ​ ​ ​

​창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그림 / 송태관 ​ ​ ​ 창밖은 오월인데 / 피천득 ​ ​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가 짙어 가는데 너는 아직도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탈 같은 미(美)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가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 ​ 피천득 시집 / 창밖은 오월인데 ​ ​ ​ ​ ​

담장 안의 남자 / 이 효

그림 : 김 정 수 ​ ​​ ​ 담장 안의 남자 / 이 효 ​ ​ 담장 밖에서 들려오는 수다 소리 남자가 하루 세끼 쌀밥 꽃만 먹는다 내게 말을 시키지 않으면 좋겠어 드라마를 보면 왜 찔찔 짜는지 ​ 남자는 억울하단다 죄가 있다면 새벽 별 보고 나가서 자식들 입에 생선 발려 먹인 것 은퇴하니 투명인간 되란다 한 공간에서 다른 방향의 시선들 ​ 담장이 너무 높다 기와가 낡은 것을 보니 오랫동안 서로를 할퀸 흔적들 흙담에 지지대를 세운다 ​ 나이가 들수록 무너지는 담을 덤덤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자 남자는 거울 속 여자가 낯설다 ​ 벽에다 쏟아부었던 메아리 담장 안의 남자와 담장 밖의 여자 장미꽃과 가시로 만나 끝까지 높은 담을 오를 수 있을까 ​ ​ ​ ​ ​ ​

장미를 사랑한 이유 / 나 호 열

그림 : 김 정 수 ​ ​ 장미를 사랑한 이유 / 나 호 열 ​ 꽃이었다고 여겨왔던 것이 잘못이었다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이 고통이었다 슬픔이 깊으면 눈물이 된다 가시가된다 눈물을 태워 본 적이 있는가 한철 불꽃으로 타오르는 장미 불꽃의 심연 겹겹이 쌓인 꽃잎을 떼어내듯이 세월을 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닌가 처연히 옷을 벗는 그 앞에서 눈을 감는다 마음도, 몸도 다 타버리고 난 후 하늘을 향해 공손히 모은 두 손 나는 장미를 사랑한다 ​ ​ *나호열 시인 충북 서천 출신 (1954) 경희대 대학원 철학(박사) 졸업 시집 : 이 세상에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있다 당신에게 말걸기 타인의 슬픔 안녕, 베이비 박스 수상 : 중견 신인상 (1986) 녹색 신인상 (2004) 한민족 문학상 (2007) 한..

겨울 등불 (자작 시)

겨울 등불 / 이 효 저 붉은 장미 운다 울고 있다 무슨 할 말이 남았을까 하얀 망사 쓰고 서성인다 시집 한 번 갔다 왔다고 바다가 섬이 되는 것도 아닌데 가슴에 푹푹 찬 눈이 쌓인다 새 출발 하는 날 길이 되어준다는 사람 앞에서 뜨는 별이 되어라 자식 낳고 잘 살면 된다 돌아가신 할머니 말씀 환하다 창밖에 눈이 내린다 살다가 힘들면 가시 하나 뽑아라 속없는 척 살면 되지 몸에 가시가 모두 뽑히면 장미도 겨울 등불이 된다. 등불은 또 살아있는 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