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6월의 언덕 / 노천명​

푸른 언덕 2021. 6. 4. 17:39

그림 / 신 정 혜 <푸른화병의 장미>

 

6월의 언덕 /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천득 / 오월  (0) 2021.06.09
고독하다는 것은 / 조 병 화  (0) 2021.06.08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 조 병 화  (0) 2021.06.03
오월을 떠나보내며   / 목 필 균  (0) 2021.06.02
못 / 김 석 흥  (0) 202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