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놀란 강 / 공 광 규

푸른 언덕 2021. 5. 17. 18:39

그림 : 김 경 희

 

놀란 강 / 공 광 규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하는데

모래밭은 몸에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서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 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질린 강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 1 / 이 남 우  (0) 2021.05.19
길 위에서 / 나 희 덕  (0) 2021.05.18
장미의 날 (5월 14일)  (0) 2021.05.14
이별 노래 / 정 호 승  (0) 2021.05.13
비행기재 / 나 호 열  (0)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