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비행기재 / 나 호 열

푸른 언덕 2021. 5. 11. 20:51

그림 : 이 선희

 

비행기재 / 나 호 열

 

 

옷고름 절로 풀리는 여름 한낮

무성한 풀섶을 헤치며 또아리틀듯

길이 칭칭 산을 동여맨다

 

읊조릴 것 같은데 산은 오르막

몸이 풀리고

핏줄은 짙푸른 힘으로 길을

절정의 저 너머로 밀어낸다

푸드득, 산을 뒤틀며

뛰쳐오르는 새들

더덕냄새 풍긴다

도라지꽃이 활짝 핀다

천궁 씨알이 알알이 배이고

나그네는 내리막길을

휘이

뒷모습만 돌아서 가고

 

 

* 비행기재

강원도 정선 땅의 높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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