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 선희
비행기재 / 나 호 열
옷고름 절로 풀리는 여름 한낮
무성한 풀섶을 헤치며 또아리틀듯
길이 칭칭 산을 동여맨다
읊조릴 것 같은데 산은 오르막
몸이 풀리고
핏줄은 짙푸른 힘으로 길을
절정의 저 너머로 밀어낸다
푸드득, 산을 뒤틀며
뛰쳐오르는 새들
더덕냄새 풍긴다
도라지꽃이 활짝 핀다
천궁 씨알이 알알이 배이고
나그네는 내리막길을
휘이
뒷모습만 돌아서 가고
* 비행기재
강원도 정선 땅의 높은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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