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혀 / 정 호 승

푸른 언덕 2021. 5. 1. 17:30

 

혀 / 정 호 승

 

어미개가 갓난 새끼의 몸을 핥는다

앞발을 들어 마르지 않도록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온몸 구석구석 혀로 핥는다

병약하게 태어나 젖도 먹지 못하고

태어난 지 이틀만에 죽은 줄을 모르고

잠도 자지 않고 핥고 또 핥는다

나는 아이들과 죽은 새끼를

손수건에 고이 싸서

손바닥만한 언 땅에 묻어주었으나

어미개는 길게 뽑은 혀를 거두지 않고

밤새도록 허공을 핥고 또 핥더니

이튿날 아침

혀가 다 닳아 보이지 않았다

시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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