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 정 호 승
어미개가 갓난 새끼의 몸을 핥는다
앞발을 들어 마르지 않도록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온몸 구석구석 혀로 핥는다
병약하게 태어나 젖도 먹지 못하고
태어난 지 이틀만에 죽은 줄을 모르고
잠도 자지 않고 핥고 또 핥는다
나는 아이들과 죽은 새끼를
손수건에 고이 싸서
손바닥만한 언 땅에 묻어주었으나
어미개는 길게 뽑은 혀를 거두지 않고
밤새도록 허공을 핥고 또 핥더니
이튿날 아침
혀가 다 닳아 보이지 않았다
시집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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