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 복 동
배를 매며 / 장 석 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 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개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시집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을 배를 매는 것에 빗대여서 표현한 작품이다.
*장석남 약력
1965년 인천 옹진 (덕적도)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맨발로 걷기 당선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2001)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2005)
-뺨에 서쪽을 빛내다 (2010)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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