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배를 매며 / 장 석 남

푸른 언덕 2021. 3. 1. 21:10

그림 : 김 복 동

 

배를 매며 / 장 석 남

아무 소리도 없이 말도 없이

등 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닿는다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넋 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개 되는 것

잔잔한 바닷물 위에

구름과 빛과 시간과 함께

떠 있는 배

배를 매면 구름과 빛과 시간이 함께

매어진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랑이란 그런 것을 처음 아는 것

빛 가운데 배는 울렁이며

온종일을 떠 있다

시집 :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사랑이 시작되는 과정을 배를 매는 것에 빗대여서 표현한 작품이다.

*장석남 약력

1965년 인천 옹진 (덕적도)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맨발로 걷기 당선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2001)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2005)

-뺨에 서쪽을 빛내다 (2010)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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