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 승 희
오래 다닌 길 / 이 어 령
잊고 있던 이름들이
문득 돌아와 생각나듯이
지금 바람이 분다.
파란 정맥이 전선 줄처럼 우는 골목
다들 어디 가고 여기서 바람소릴 듣는가.
식은 재를 헤집듯이
잃어버린 이름을 찾는다.
정원이 홍근이 원순아
그런 날 밤새도록 바람이 불면
보고싶다
오래 다닌 길.
시집 :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이어령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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