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뚜벅이 이야기2/걷기 좋은 길

감악산과 운무(2)

푸른 언덕 2020. 5. 10. 16:05

 

 

 

 

 

 

 

 

 

 

 

 

 

 

 

 

 

 

 

 

비가 온 다음날에 운무에 휩싸인

감악산을 올라갔다.

새로 생긴 출렁다리가 무척 길다.

푸른 신록은 어린 신부의 탱탱한 얼굴 같다.

나뭇잎 위에서 또르르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는 늦잠 자는 새들을

깨우는 소리 같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계곡의 우렁찬

소리는 숲을 깨우는 소리~

넓적한 바위 위에는 숲을 지나가는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돌멩이들이 탑처럼 높게 쌓여있었다.

문득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해진다.

감악산은 경기도의 오대 악산중에 하나라서 큰 바위들이 장관을 이룬다.

오늘은 특히 운무가 가득 끼어서 시야가 시원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숲길을 걷는 동안 신선이 되어서 무릉 도원을 걷는 기분이었다.

가끔씩 살갗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은

이십대의 상큼함을 생각나게 했다.

정상은 해발 675m

총 소요 시간은 식사시간 포함 왕복

4시간 정도 걸렸다.

정상 바로 아래 정자가 있다.

정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배고픈 들고양이가 야옹 거린다.

먹을 것을 조금 나누어 주었다.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데 보슬비가

살짝 내렸다.

시원하게 느껴졌다.

어디선가 새 우는소리가 요란하다.

새소리를 조용히 들어보니 "쯥쯥쯥"

울어댄다. 나는 새 이름을 잘 몰라서

쯥새라고 불러주었다.

어제저녁에 내린 비로 계곡물이 풍성하게 불었다.

오랜만에 산이 푸른빛으로 생기가 난다.

나도 오랜만에 산이 주는 푸르름에

첨벙 빠져버렸다.

내려오는 길에 바닥에 뚝뚝 떨어진 철쭉 꽃잎들이 가여웠다.

"인생이 잠시 피다가 지는구나"

살짝 허무감도 느꼈졌다.

그래도 산이 주는 연녹색의 정기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강하게 전해졌다.

앞으로 이 주일은 끄떡 없이 버틸 것 같다.

감악산아 ~~나는 간다.

잘 있거라 ^^ 연녹색 잎들이 산자락 끝까지 마중 나와서 손을 흔들어준다.

나도 시원한 미소를 꽃잎에 띄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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