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뚜벅이 이야기2/걷기 좋은 길

수락산

푸른 언덕 2020. 5. 5. 20:45

 

 

 

 

 

 

 

 

 

 

 


 

 

 

 

 

 

 

 

 

수락산을 오르다 보니

바위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줄기가 말랐다.

문득 산 등을 밟고 있는 내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

수락산

                     이    효

 

바위 사이 시원한 물줄기가

노모 젖줄기같이 말랐구나

매일 듣는 등산화 소리

산이 공황장애 걸린다.

 

세상에서 밟힌 사람들

쪼그라든 마음 안고

너의 젖줄 빨아대니

어찌 아니 마르겠냐만

너는 모나리자 미소 짓는다

 

젖줄이 말라가는 동안

구름은 내게 신발 내어 주고

윤기나는 나뭇잎들은 얼굴 내어준다.

 

미안하구나

탐욕밖에 내어 놓을 게 없구나

너는 항상 그 자리를 지키는데

피고 지고, 피고 지고 ...

 

퍼렇게 날선 사람들

높고자 오르고 또 오르고

세상에서 배운 못된 버릇

오늘도 너를 짓밟고 오른다

 

수락의 젖줄이 아득한 낙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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