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새벽에 들은 노래 3

푸른 언덕 2020. 4. 25. 20:44

 

새벽에 들은 노래 3 / 한강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누군가는

목을 매달았다 하고

누군가는

제 이름을 잊었다 한다

그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새벽은

푸르고

희끗한 나무들은

속까지 얼지 않았다

 

고개를 들고 나는

찬 불덩이 같은 해가

하늘을 다 긋고 지나갈 때까지

두 눈이 채 씻기지 않았다.

 

다시

견디기 힘든

달이 뜬다

 

 

다시

아문 데가

벌어진다

 

이렇게 한 계절

더 피 흘려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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