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되니 입맛도 없고 식구들은 묵은
김치를 싫어한다.
김장 김치는 나만 좋아한다.
오늘은 아파트에 장이 서는 날이다.
야채 거리를 사려고 갔는데 아저씨가
얼갈이를 싸게 준다고 사 가라고 한다.
한 단에 삼천 원인데 두 단에 오천 원에
가져가란다.
주부들 심리는 이상하다.
조금 싸게 준다고 하면 꼭 사야 할 것 같은
쓸데없는 사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젊은 주부들은 김치를 사서도 잘 먹는데
나는 한 번도 김치를 사서 먹어본 적이 없다.
지난주에 마스크 사러 가는 길에 우연히 트럭
에 파를 가득 실은 아저씨를 만났다.
시골에서 파 소비가 안돼서 마구 뽑아 버린다고 한다.
안되겠다 나라도 파를 조금 사드리자
결심을 하고 파를 두 단 사가지고 낑낑 거리고
집으로 왔다. 지난주에도 파김치를 담갔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또 얼갈이김치를 담그고
있다.
어머니께서 매운 김치를 잘 못 드셔서 고춧가루를
조금 넣었다.
친정어머니께서 김치를 맛깔스럽게 잘 담그신다.
나는 정성껏 담그는 스타일은 아니다.
시간을 줄여가면서 다른 일을 사이사이 하면서
후다닥 담그는 스타일이다.
내 철학은 "김치는 간만 잘 맞으면 맛있다"이다.
지난주에 냉장고에 작은 속 배기 배추가 한통 남아서 파김치 담그고
다라에 양념이 많이 붙어 있기에 조금 간을 더해서 쓱싹 뚝딱 버무려 놓았다.
양은 많지 않아서 며칠 잘 먹었다.
나는 정교하게 요리를 잘 하지는 못한다.
빠르게 두 가지, 세 가지 요리를 종합적으로
하는 능력은 있다.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안성맞춤 주부다.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