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뚜벅이 이야기2/걷기 좋은 길

경춘선 숲길에 만난 ^^ 환한 미소

푸른 언덕 2020. 3. 17. 12:56

 

날씨가 저녁 굶은 시어머니 얼굴 같다.

표현이 재미있다. 우리 어머니께서

흐린 날에 자주 쓰시는 표현이다.

금방이라도 손톱으로 톡 하고

건드리면 비가 쏟아질 것 같다.

이런 날은 집에서 뒹굴이 하기 딱 좋은

날이다. 그런데 친구가 걷자고 전화가

왔다. 조금 귀찮은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서 뒹굴면 모하냐... 이블을 걷어 차고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 단지 내에 목련꽃 봉오리가 예쁘게 올라왔다.



 

집에서 경춘선 숲길을 돌고 오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산책하기 적당한 시간이다. 집 가까이에  아름다운 경춘선

숲길이 있어서 감사하다.



 

주말에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숲길이 조용하다.

마치 나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해서 기분이 좋았다.



 

초입에 들어서면 항상 마음에 갈등이 생긴다. 어느 길로 들어설까?

잣나무 숲길로 걸을까?  야자수 껍질을

깔아 놓은 길로 걸을까?  꽃과 나무가

잘 보이는 공원 사이로 걸을까?

우리 인생길도 첫발이 중요하듯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잣나무 숲길로 들어섰다.

혹시 비를 만나도 덜 맞겠지 하는 생각으로 숲길로 첫 발을 들여놓았다.



 

경춘선 숲길 중간에 추억의 기차도 놓여

있다. 학창 시절에 기차를 타고 친구들과 강촌역으로 놀러 갔던

생각이 바람처럼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며 지나간다.



 

지난번에 보지 못했던 노란 산수유 꽃이

올망졸망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서로

꽃봉우리들끼리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아주 다정해 보였다. 내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배꽃도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옛적부터 태릉, 먹골 주변은 배밭이 많았다. 공원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갑자기 시원한 배가 생각이 난다.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멀리서  고층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코로나 여파로 밀폐된 공간에 들어 가지

못하고 이때에,  숲길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숲길에서 산책을 간간히 할 수 있으니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돌아오는 길에 배꽃이 "잘 가요

내일 또 놀러 오세요 "라고 인사를 해준다. 배꽃이 활짝 웃어 주니

코로나로 무거웠던 마음이 휠신

가벼워졌다.

" 배꽃아! 너도 건강하고, 예쁘게 펴라"

우리는 서로에게  환한 미소를 날리며 헤어졌다.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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