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깊어지는 날 / 이현경
누가 눈동자를 메우고 있나
몇 걸음 안 되는 곳에서도
자식을 선뜻 알아보지 못한다
어린 자식들 눈에
언어를 깨우쳐 주던 동공에는 해가 기울고
시간의 물결을 건너가는 동안
한 여인의 삶이 출렁인다
낮은 물결로
때로는 거친 너울로
삶을 뒤척이던 모든 생애
기억은 흐릿해지고
눈가에는 자식들이 흥분이 맺혀 있다
마음이 깊어지는 날 어머니가 차오른다
이현경 시집 / 허밍은 인화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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