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정경숙
미혹 (迷惑) / 강해림
꼬리를 잘리고도 달아나는 붉은 문장이었거나 , 미혹 迷惑 의 슬픈
올가미였거나 , 천형을 화관처럼 머리에 쓴
나는 아홉 번 죽었다가 열 번 다시 태어났다
나의 내면은 늘 에로틱한 상상으로 뜨겁지 어떤 날은 물과 불로 , 또
어떤 날은 빛과 어둠으로
서로 체위를 바꿔가며 들끓는 , 이상한 가역반응에 사로잡힌 발칙한
언어로 스스로 미끼가 되었지
저울 위의 고깃덩이처럼 어디가 입이고 항문인지 , 금기와 배반의 이
미지만 괄약근처럼 오므렸다 펼쳤다 하는
나는 한 마리 유혈목이 , 금단의 땅에서 쫓겨난 이후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지의 첫 문장이다
고통과 황홀은 한 종족이었던 것 불의 혓바닥에 감겨 , 불의 고문을 견
딘 것들 얼굴이 반짝반짝 광이 나는 걸 보면
너의 하얀 목덜미에 아름다운 낙인을 찍어주고 싶어 숨통이 끊어지는 순
간 퍼져가는 , 맹독의
치명적인
*계간 시산맥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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