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미혹 (迷惑) / 강해림

푸른 언덕 2023. 8. 8. 16:35

그림 / 정경숙

미혹 (迷惑) / 강해림

​​

꼬리를 잘리고도 달아나는 붉은 문장이었거나 , 미혹 迷惑 의 슬픈

올가미였거나 , 천형을 화관처럼 머리에 쓴

나는 아홉 번 죽었다가 열 번 다시 태어났다

나의 내면은 늘 에로틱한 상상으로 뜨겁지 어떤 날은 물과 불로 , 또

어떤 날은 빛과 어둠으로

서로 체위를 바꿔가며 들끓는 , 이상한 가역반응에 사로잡힌 발칙한

언어로 스스로 미끼가 되었지

저울 위의 고깃덩이처럼 어디가 입이고 항문인지 , 금기와 배반의 이

미지만 괄약근처럼 오므렸다 펼쳤다 하는

나는 한 마리 유혈목이 , 금단의 땅에서 쫓겨난 이후로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지의 첫 문장이다

고통과 황홀은 한 종족이었던 것 불의 혓바닥에 감겨 , 불의 고문을 견

딘 것들 얼굴이 반짝반짝 광이 나는 걸 보면

너의 하얀 목덜미에 아름다운 낙인을 찍어주고 싶어 숨통이 끊어지는 순

간 퍼져가는 , 맹독의

치명적인

*계간 시산맥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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