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구름에게 / 나호열

푸른 언덕 2022. 7. 15. 17:15

 

그림 / 김예순

 

 

 

 

구름에게 / 나호열

 

 

 

구름이 내게 왔다

아니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희미한 입술

문장이 될 듯 모여지다가 휘리릭 새떼처럼 흩어지는 낱말들

그 낱말들에 물음표를 지우고 느낌표를 달아주니 와르르 눈물로 쏟아지는데

그 눈물 속에 초원이 보이고,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의 저녁이 보인다

 

구름이 내게 왔다

하나이면서 여럿인,

이름을 부르면 사슴도 오고

꽃도 벙근다

 

구름의 화원에 뛰어든 저녁 해

아, 눈부셔라

한 송이 여인이 붉게 타오른다. 와인 한 잔의 구름,

긴 머리의 구름이

오늘 내게로 왔다

 

 

 

 

 

나호열 시집 /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 <시인 동네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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