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슬픔이 빛어낸 빛깔 / 최경선

푸른 언덕 2022. 7. 26. 18:58

그림 / 방선옥



슬픔이 빛어낸 빛깔 / 최경선



저토록 도도한 빛깔을 본적 없다 했다

한때는
핓빛처럼 고운
그 꽃잎이 눈부셔
까닭 없이 울었다 했다

애타게
향기로운 척해보고
꿈꾸듯 별을 품어 토해내고
알 수 없는 허허로움에 목메던 시절이었노라고

빛바래고
바래다, 오지게
말라비틀어져 가는 그 모양이
당신 모습 같아
더 섧고도 서럽다 했다

하다
하다, 끝내는
열정과 슬픔 버무린 듯한
저 도도함이 눈물겹지 않으냐며

옹이 박힌 등허리 성스럽게 웅크리며
그녀 고요히 똬리를 튼다




최경선 시집 / 그 섬을 떠나왔다




*붙임성 댓글은 정중하게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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