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명시

찬밥 / 문정희

푸른 언덕 2022. 7. 6. 18:17

 


                                               그림 / 박연숙

 

 

 

찬밥 / 문정희

 

 

아픈 몸을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는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닥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났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문정희 시집 / 내 안에 새를 꺼내주세요

 

 

 

 

 이재호 갤러리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순간 / 피천득  (0) 2022.07.08
인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0) 2022.07.07
찬밥 / 문정희  (0) 2022.07.06
마음 한 철 / 박 준  (0) 2022.07.05
주소 / 박소란  (0) 2022.07.03
수라 (修羅) / 백석  (0) 2022.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