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임 노 식
원룸 / 김 소 연
창문을 열어두면
앞집 가게 옥외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내 방까지 닿는다
주워 온 돌멩이에서 한 마을의 지도를 읽는다
밑줄 긋지 않고 한 권 책을 통과한다
너무 많은 생각에 가만히 골몰하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 온다
꿈이 끝나야 슬그머니 잠에서 빠져나오는 날들
꿈과 생의 틈새에 누워 미워하던 것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이야기는 그렇게 내 곁에 왔고 내 곁을 떠나간다
가만히 있기만 하여도 용서가 구름처럼 흘러간다
내일의 날씨가 되어간다
빈방에 옥수수처럼 누워서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
'문학이야기 > 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들은 따뜻하다 / 정 호 승 (0) | 2021.12.27 |
---|---|
그 손 / 김 광 규 (0) | 2021.12.26 |
또 기다리는 편지 / 정 호 승 (0) | 2021.12.24 |
도플갱어 / 김 이 듬 (0) | 2021.12.23 |
뼈아픈 후회 / 황지우 (0) | 2021.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