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 정 수 어여 내려가거라 / 이 효 흰 눈이 쌓인 산골짝 한 사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향해 달리던 푸른 나뭇잎들 떨어지기는 한순간 이유도 모른 채 해고된 직장 포장마차 앞에서 토해낸 설음이 저 계곡물만 하랴 이 물을 모두 마시면 서러움이 씻겨나가려나 어린 자식들 앞 차마 얼굴을 보일 수 없어 올라온 겨울 산 하얀 눈발에 내려갈 길이 아득히 멀다 계곡 같은 어머니 늘어진 젖가슴으로 아들을 안아주신다 어여 내려가거라 따뜻한 어머니 맨손 하얀 눈 위에 손자국 내어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