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송지윤 황태마을 덕장에서 / 권수진 눈 덮인 진부령 고갯길 너머 용대리 황태마을 덕장 안 명태들이 피아노 건반처럼 매달려 있다 시베리아 북서풍에 맞서 두 눈을 부릅뜬 채 아가리 크게 벌려 목청을 가다듬는 명태 두름 매서운 바람이 누르는 건반 소리에 박자를 맞춰 허공을 향해 일제히 트위스트 춤을 춘다 추위를 즐기는 명태들의 모습은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를 살아가는 힘겨운 세상 밤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해장국 한 그릇이 되고 싶었다던 아버지 우리는 그의 몸뚱이를 발기발기 찢어서 뜨거운 김 모락모락 피어나는 국물을 훌훌 마시며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덕장 건조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누런 빛깔로 맛깔스레 익어가는 아버지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