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한국시학 3

너 명상 속에 들어와 봐 / 노창수

그림 / 김한겸 ​ ​ ​ ​ ​ ​ 너 명상 속에 들어와 봐 / 노창수 ​ ​ ​ 요즘 근황 좀 물어봐 노을 속 가랑잎이지 브람스처럼 젖으며 도톰히 낳고 지나치다 잎 떨궈 사라질 무념 투명히도 부르지 ​ 잠 깨워 손 잡으면 공수거로 헤어지지 비듬의 생애 편린들 흔들며 털어내며 눈 감고 절기 외우다 늙은 팔로 저어가지 ​ 늦은 밤 침잠하듯 공수래도 얻게 되는 시든 다발 내다버리듯 가죽을 비우고 나서 정양수 빌린 미명을 촉루처럼 닦아 담지 ​ ​ ​ ​ ​ 노창수 시인 / 현대 시학 등단,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1979) ​ ​ 2023 한국시학 가을호 수록 ​ ​ ​ ​ ​ ​ ​​ ​ ​​ ​

청산도의 봄 / 이 효

그림 / 이 효 ​ ​ ​ ​ 청산도의 봄 / 이 효 ​ 굽은 허리 밭두렁 흙 묻은 치맛자락 푸른 남해에 담가 하늘에 펼쳐 더니 유채꽃 한가득 나비가 난다 청보리 휘날리고 무너진 돌담길 아래로 노란 안부가 물든다 할미 텃밭 사라진 자리 꽃밭이 자꾸 늘어난다 양산 쓴 서울 양반들 할미 돌무덤에 올라가 찰칵 청산도 노란 물결에 흔들린다 멀리서 들리는 뱃고동 소리 밭을 갈 사람 어디 없소 점점 멀어지는 할미 목소리 청산도의 봄은 노랗게 미쳐간다 ​ 출처 / 한국 시학 2023 봄 (65호)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