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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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 / 홍해리

그림 / 최 종 태 ​ ​ ​ 집사람 / 홍해리 ​ 집은 그런 것이었다 아픔이라고 또는 슬픔이라고 무슨 말을 할까 속으로나 삭이고 삭이면서 겉으로 슬쩍 금이나 하나 그었을 것이다 곡절이란 말이 다 품고 있겠는가 즐겁고 기쁘다고 춤을 추었겠는가 슬프고 외로웠던 마음이 창문을 흐리고 허허롭던 바깥마음은 또 한 번 벽으로 굳었을 것이다 아내는 한 채의 집이었다 한평생 나를 품어준 집이었다 ​ ​ 홍해리 시선집 / 마음이 지워지다 ​ ​ ​

정착 / 이 병 률

그림/ 김 윤 선 ​ ​ ​ 정착 / 이 병 률 ​ ​ 만약 내가 여자였다면 집을 지을 것이다 아프리카 마사이 여부족처럼 결혼해서 살 집을 내손으로 지을 것이다 ​ 꽃을 꺾지 않으려는 마음도 마음이지만 꽃을 꺾는 마음도 마음이라고 말할 것이다 ​ 내가 여자라면 사랑한다고 자주 말할 것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신을 매번 염려할 것이다 ​ 내가 여자라면 칼을 들고 산으로 빨려 들어가 춤을 출 것이다 ​ 그러다 작살을 쥐고 한 사내의 과거를 해집을 것이다 외롭다고 말한 뒤에 외로움의 전부와 결속할 것이다 ​ 내가 여자로 태어난다면 고아로 태어나 이불 밑에다 북어를 숨겨둘 것이다 숨겨 두고 가시에 찔리고 찔리며 살다 그가시에 체할 것이다 ​ 생애 동안 한 사람에게 나눠 받은 것들을 지울 것이며 생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