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 / 홍해리 그림 / 최 종 태 집사람 / 홍해리 집은 그런 것이었다 아픔이라고 또는 슬픔이라고 무슨 말을 할까 속으로나 삭이고 삭이면서 겉으로 슬쩍 금이나 하나 그었을 것이다 곡절이란 말이 다 품고 있겠는가 즐겁고 기쁘다고 춤을 추었겠는가 슬프고 외로웠던 마음이 창문을 흐리고 허허롭던 바깥마음은 또 한 번 벽으로 굳었을 것이다 아내는 한 채의 집이었다 한평생 나를 품어준 집이었다 홍해리 시선집 / 마음이 지워지다 문학이야기/명시 2021.08.25
정착 / 이 병 률 그림/ 김 윤 선 정착 / 이 병 률 만약 내가 여자였다면 집을 지을 것이다 아프리카 마사이 여부족처럼 결혼해서 살 집을 내손으로 지을 것이다 꽃을 꺾지 않으려는 마음도 마음이지만 꽃을 꺾는 마음도 마음이라고 말할 것이다 내가 여자라면 사랑한다고 자주 말할 것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자신을 매번 염려할 것이다 내가 여자라면 칼을 들고 산으로 빨려 들어가 춤을 출 것이다 그러다 작살을 쥐고 한 사내의 과거를 해집을 것이다 외롭다고 말한 뒤에 외로움의 전부와 결속할 것이다 내가 여자로 태어난다면 고아로 태어나 이불 밑에다 북어를 숨겨둘 것이다 숨겨 두고 가시에 찔리고 찔리며 살다 그가시에 체할 것이다 생애 동안 한 사람에게 나눠 받은 것들을 지울 것이며 생략할 것이다 .. 문학이야기/명시 2021.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