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김 정 수 뒷모습 / 이 효 앞집 훈이 아저씨가 은퇴를 하셨다 병원장님 댁 정원사로 일을 하셨다 빠른 손놀림을 눈여겨 본 병원장님은 아저씨를 병원 기관실로 보내셨다 첫 출근이었다 아저씨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사람들 그래도 새벽부터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아저씨는 병원 문턱이 닳도록 일을 하셨다 열등감 따위를 느낄 겨를도 없었다 어린 아들을 세명이나 키워야 했다 한 평생 전투를 하듯이 살아온 인생도 국수발 잘리듯이 잘여나가는 시간이 왔다 은퇴를 하란다. 느린 손놀림은 헛헛한 웃음만 자아낸다. 마지막 퇴근길에 아픈 아내와 아들을 위해서 병원 앞 욕쟁이 할머니네서 만둣국을 포장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말씀은 뒤지지 말고 살란다 상 위에 오른 만두를 자른다 아직도 배가 통통해서 견딜만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