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천양희시인 4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양희

그림 / 최연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양희 남편이 실직으로 고개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딸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한다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 끝에서 재앙 같은 말이 나온 이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기듯 시간을 넘기고 생각한다 깨어진 마음을 들고 어디로 가나 고뇌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아무 말 해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길모퉁이에 앉아 삶을 꿈꾸었다 천양희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천양희

그림 / 김 정 수 ​ ​ ​ ​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천양희 ​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건너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하면서 나는 그걸 위해 다른 것 다 버렸지요. 그땐 슬픔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 ​ ​ 시집 /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 ​ ​ ​

저녁의 정거장 / 천 양 희

​ ​ ​ 저녁의 정거장 / 천 양 희 ​ ​ 전주에 간다는 것이 ​진주에 내렸다 ​독백을 한다는 것이 ​고백을 했다 ​너를 배반하는 건 ​바로 너다 ​너라는 정거장에 나를 부린다 그때마다 나의 대안은 ​평행선이라는 이름의 기차역 ​선로를 바꾸겠다고 ​기적을 울렸으나 ​종착역에 당도하지는 못하였다 돌아보니 ​바꿔야 할 것은 ​헛바퀴 돈 바퀴인 것 ​목적지 없는 기차표인 것 ​ ​ 저녁 무렵 ​기차를 타고 가다 ​잘못 내린 역에서 ​잘못을 탓하였다 ​ ​ 나는 내가 불편해졌다 ​ ​ ​ ​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