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창비시선 3

다리 / 정복여

그림 / 장순업 ​ ​ 다리 / 정복여 ​ ​ 강물 이라든지 꽃잎 이라든지 연애 그렇게 흘러가는 것들을 애써 붙들어보면 앞자락에 단추 같은 것이 보인다 가는 끝을 말아쥐고 부여잡은 둥긂 그 표면장력이 불끈 맺어놓은 설움에 꽁꽁 달아맨 염원의 실밥 ​ 바다로나 흙으로나 기억으로 가다 잠깐 여며보는 그냥...... 지금...... 뭐...... 그런 옷자락들 ​ 거기 흠뻑 발 젖은 안간힘의 다리가 보인다 ​ ​ ​ ​ 정복여 시집 / 체크무늬 남자 ​ ​ ​ ​ ​

장미의 내부 / 최금진

그림 / 차명희 ​ ​ ​ ​ 장미의 내부 / 최금진 ​ ​ 벌레 먹은 꽃잎 몇장만 남은 절름발이 사내는 충혈된 눈 속으로 쪼그리고 우는 여자를 꺼내놓는다 ​ 겹겹의 마음을 허벅지처럼 드러내놓고 여자는 가늘게 흔들린다 ​ 노을은 덜컹거리고 방 안까지 적조가 번진다 ​ 같이 살자 살다 힘들면 그때 도망가라 ​ 남자의 텅 빈 눈 속에서 뚝뚝, 꽃잎이 떨어져내린다 ​ ​ ​ ​ 최금진 시집 / 황금을 찾아서 ​ ​ ​ ​

가시연꽃 / 최두석

그림 / 김혜숙 ​ ​ ​ 가시연꽃 / 최두석 ​ ​ 자신의 몸 씻은 물 정화시켜 다시 마시는 법을 나면서부터 안다 ​ 온몸을 한장의 잎으로 만들어 수면 위로 펼치는 마술을 부린다 ​ 숨겨둔 꽃망울로 몸을 뚫어 꽃 피는 공력과 경지를 보여준다 ​ 매일같이 물을 더럽히면 사는 내가 가시로 감싼 그 꽃을 훔쳐본다 ​ 뭍에서 사는 짐승의 심장에 늪에서 피는 꽃이 황홀하게 스민다. ​ ​ ​ 최두석 시집 / 투구꽃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