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혜숙 졸업사진 / 마경덕 운동장에 모인 우리들 층층이 나무의자를 쌓고 줄을 맞추고 키 작은 나는 맨 앞줄 가운데 앉았다 얌전히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사진사가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다 고무신을 신었으니 뒤로 가라고, 운동화 신은 키 큰 아이를 불러서 내 자리에 앉혔다 초등학교 앨범을 펼쳐도 맨 뒷줄 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까치발로 서 있던 부끄러운 그 시간이 흑백사진 속 어딘가에 숨어있다 마경덕 시집 / 악어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