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솔방울 3

하늘 피자 (동시) / 이 효

하늘 피자 (동시) / 이 효 ​ ​​ 친구에게 보낸 하늘 피자 한 조각​ 도토리 잎으로 만든 상자​ 빨간 리본 대신 도토리 방울 달았다 ​ 톡톡톡 이슬방울 눌렀더니 구름 택배 아저씨 솔방울 바퀴 달려온다 ​ 다람쥐가 알려달라는 주소​ 참 좋군, 내 마음도 너랑 같이 있으면, 세상 어떠리 ​ 하늘 피자, 한 조각 친구네 집 부엌 창가에 맛난 미소로 걸어 놓았다 ​ ​ ​ ​ ​ ​​ ​

카테고리 없음 2023.09.01

리기다소나무 / 정 호 승

그림 / 송 춘 희 ​ ​ 리기다소나무 / 정 호 승 ​ ​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 당신은 한 그루 리기다소나무 같았지요 푸른 리기다소나무 가지 사이로 얼핏얼핏 보이던 바다의 눈부신 물결 같았지요 ​ 당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솔방울이 되길 원했지요 보다 바다 쪽으로 뻗어나간 솔가지가 되어 가장 부드러운 솔잎이 되길 원했지요 ​ 당신을 처음 만나고 나는 비로서 혼자서는 아름다울 수 없다는 걸 알았지요 사랑한다는 것이 아름다운 것인 줄 알았지요 ​ ​ ​ 정호승 시집 /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 ​ ​ ​ ​ ​

눈물의 중력 / 신 철 규

그림 / 타니아 말모레호 ​ ​ 눈물의 중력 / 신 철 규 ​ ​ ​ 십자가는 높은 곳에 있고 밤은 달을 거대한 숟가락으로 파먹는다 ​ 한 사람이 엎드려서 울고 있다 ​ 눈물이 땅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려고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받고 있다 ​ 문득 뒤돌아보는 자의 얼굴이 하얗게 굳어갈 때 바닥 모를 슬픔이 눈부셔서 온몸이 허물어질 때 ​ 어떤 눈물은 너무 무거워서 엎드려 울 수밖에 없다 ​ 눈을 감으면 물에 불은 나무토막 하나가 눈 속을 떠다닌다 ​ 신이 그의 등에 걸터앉아 있기라도 하듯 그의 허리는 펴지지 않는다 ​ 못 박힐 손과 발을 몸안으로 말아넣고 그는 돌처럼 단단한 눈물방울이 되어간다 ​ 밤은, 달이 뿔이 될 때까지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 ​ ​ ​ 시집 /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