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여진 시 / 서지영 그림 / 윤제우 쉽게 쓰여진 시 / 서지영 유관순 언니의 손톱도 잊었다 15초조차 슬프지 않다 테이블에 먹다 남은 간장치킨이 나뒹군다 온 채널이 먹방이다 바보가 바보 세상에서 똑똑해진다 도대체 배고픔과 피로와 창백함과 허무와 부조리와 pain은 어디에 있나! 아무리 찾아보아도 손톱 밑 가시조차 없다 감각의 제국에 고통은 없다 온통 타이네놀 껍질뿐 하루가 잘 지나간다 시가 아주 쉽게 쓰여진다 서지영 시집 / 이 모든 건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학이야기/명시 2022.09.20
밤하늘 / 차창룡 그림 / 김기정 밤하늘 / 차창룡 산 위에서 올려다보니 별 서너 개 저기 또 하나 잡으려면 어느새 숨어버리는 이처럼 내 마음을 간지르는 저 별 손톱으로 꼭 눌러 죽이고 싶은 마음의 가려움 내려다보니 이토록 많은 별들 꿈꾸는 눈빛에게 시간은 더디 흐른다 밤새도록 흘러도 늘 제자리인 저 강물 속 강물 위 가라앉아 있는 떠 있는 어린 시절 손톱으로 눌러 죽인 수많은 별들 여기 와 살아 있다니 시집 /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문학이야기/명시 2022.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