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세월 6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 / 글로리아 밴더빌트

그림 / 김 복 연​ ​ ​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 / 글로리아 밴더빌트 ​ ​ 사랑은 조용히 오는 것 외로운 여름과 거짓 꽃이 시들고도 기나긴 세월이 흐를 때 사랑은 천천히 오는 것 얼어붙은 물속으로 파고드는 밤하늘의 총총한 별처럼 조용히 내려앉는 눈과같이 조용히 천천히 땅속에 뿌리박는 풀처럼 사랑은 더디고도 종용한 것 내리다가 흩날리는 눈처럼 사랑은 살며시 뿌리로 스며드는 것 씨앗이 싹트듯 달이 커지듯 천천히 ​ ​ ​ 시집 / 매일 시 한 잔 ​ ​ ​

풍경(風磬) / 목 필 균

​ ​ 풍경(風磬) / 목 필 균 ​ ​ ​ 허공을 유영하며 평생을 눈뜨고 살아도 깨닫음은 허공만 맴도네 ​ 깨어나라 깨어나라 깨어나라 ​ 바람이 부서지며 파열되는 음소들 깊은 산사 ​ 어느 추녀 끝에 매달려 털어내다 지친 마른 비늘 ​ 어느 날 문득 가슴 속 네가 나이려니 내가 너 이려니 묻다가 대답하다 ​ 그렇게 한 세월 매달려 산다 ​ ​ ​ ​ ​

고요한 귀향 / 조 병 화

그림 / 김 희 정 ​ ​ ​ ​ 고요한 귀향 / 조 병 화 ​ ​ ​ 이곳까지 오는 길 험했으나 고향에 접어드니 마냥 고요하여라 ​ 비가 내리다 개이고 개다 눈이 내리고 눈이 내리다 폭설이 되고 폭설이 되다 봄이 되고 여름이 되고 홍수가 되다 가뭄이 되고 가을 겨울이 되면서 만남과 이별이 세월이 되고 마른 눈물이 이곳이 되면서 ​ 지나온 주막들 아련히 고향은 마냥 고요하여라 ​ 아, 어머님 안녕하셨습니까. 조병화시집 / 고요한 귀향 ​ ​ ​ ​ 그림 / 김 희 정

나이 / 김 재 진

그림 / 시 경 자 ​ ​ ​ 나이 / 김 재 진 ​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다리고 있는 슬픔을 순서대로 만나는 것이다 세월은 말을 타고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침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