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새벽에생각하다 6

다음 / 천양희

그림 / 안수미 다음 / 천양희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다음 계절 당신의 대표작은요? 다음 작품 누가 누구에게 던진 질문인지 생각나지 않지만 봉인된 책처럼 입이 다물어졌다 나는 왜 다음 생각을 못 했을까 이다음에 누가 나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도 똑같은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시인인 것이 무거워서 종종 다음 역을 지나친다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글자를 놓친 하루 / 천양희

그림 / 자심 글자를 놓친 하루 / 천양희 어느 시인의 시집을 받고 정진하기를 바란다는 문자를 보낸다는 것이 'ㄴ'자를 빼먹고 정지하기를 바란다고 보내고 말았다 글자 한 자 놓친 것 때문에 의미가 정반대로 달라졌다 'ㄴ'자 한 자가 모자라 신(神)이 되지 못한 시처럼 정진과 정지 사이에서 내가 우두커니 서 있다 천양희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양희

그림 / 최연 마음이 깨어진다는 말 / 천양희 남편이 실직으로 고개 숙인 그녀에게 엄마, 고뇌하는 거야? 다섯 살짜리 딸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고뇌라는 말에 놀란 그녀가 고뇌가 뭔데? 되물었더니 마음이 깨어지는 거야, 한다 꽃잎 같은 아이의 입술 끝에서 재앙 같은 말이 나온 이 세상을 그녀는 믿을 수가 없다 책장을 넘기듯 시간을 넘기고 생각한다 깨어진 마음을 들고 어디로 가나 고뇌하는 그녀에게 아무도 아무 말 해주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길모퉁이에 앉아 삶을 꿈꾸었다 천양희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실패의 힘 / 천양희

그림 / 박혜숙 ​ ​ ​ ​ 실패의 힘 / 천양희 ​ ​ ​ 내가 살아질 때까지 아니다 내가 사라질 때까지 나는 애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비가 그칠 때까지 철저히 혼자였으므로 나는 홀로 우월했으면 좋겠다 ​ 지상에는 나라는 아픈 신발이 아직도 걸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오래된 실패의 힘으로 그 힘으로 ​ ​ ​ ​ 천양희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 ​ ​ ​ ​ ​ 이재호 갤러리

무너진 사람탑 / 천 양 희

작품 : 이 명 일 무너진 사람탑 / 천 양 희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잠언은 망언이 된 지 오래다 오래된 것과 낡은 것은 다르고 변화와 변질이 다르다는 말 믿지 않은 지 오래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도전보다는 도약을 꿈꾼 지 오래다 허명도 명성이라 생각하고 치욕도 욕이라 생각 않은 지 오래다 젊은이는 열정이 없고 늙은이는 변화가 없는 지 오래다 예술과 상술이 혼돈하고 시업과 사업을 구별하지 못 한 지 오래다 고난이 기회를 주지 않고 위기가 기회가 되지 않은 지 오래다 그러니 꿈도 꾸지 마라 자존심 하나로 버틸 생각 죄 안 짓고 살 생각 그러니 너는 조금씩 잎을 오므리듯 입을 다물라 시집 : 새벽에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