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빗방울 3

봄비 / 이경임

그림 / 김미옥 ​ ​ ​ 봄비 / 이경임 ​ ​ 빗방울들은 무겁다 어떤 빗방울들은 꽃잎처럼 부드럽지만 이 빗방울들은 메스처럼 날카롭다 ​ 이 빗방울들은 핏방울처럼 무겁지 않다 이 빗방울은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처럼 나른하다 ​ 비가 캄캄한 늑골 속에서 야옹야옹 내린다 비가 고양이의 하품처럼 빈터를 뒹군다 ​ 나는 늑골 속에서 무언가를 도려내야 할지도 모른다 너는 움직이지 않고 늑골 속에 죽은 듯이 붙어 있고 싶은 것이다 ​ 빈터에는 싱싱한 것들이 생각 없이 쑥쑥 돋아난다 ​ ​ ​ ​ 시집 / 겨울 숲으로 몇 발자국 더 ​ ​ ​ ​ ​

​함께 눈물이 되는 이여 / 양광모

그림 / 장 문 자 ​ ​ ​ ​ ​ 함께 눈물이 되는 이여 / 양광모 ​ ​ ​ 낮은 곳에선 모두 하나가 된다 ​ 빗방울이 빗물이 되듯 강물이 바다가 되듯 ​ 나의 마음 자리 가장 낮은 곳까지 흘러와 함께 눈물이 되는 이여 ​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우리 함께 샘물 같은 사랑이 되자 ​ ​ ​ ​ ​ 시집 / 가끔 흔들렸지만 늘 붉었다

접시꽃 당신 / 도 종 환

그림 / 강 계 진 ​ ​ 접시꽃 당신 / 도 종 환 ​ ​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 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짖지 않으며 살려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어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