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벌과나비 2

아름다움이 힘이니라 / 이어령

작품 : 인 미 애 ​ ​ 아름다움이 힘이니라 / 이어령 ​ ​ 30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무덤이 발굴되던 날 사람들은 놀랐다. 거기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살았었구나. ​ 어느 짐승 어느 원숭이가 눈물방울 같은 꽃송이를 뿌리며 무덤을 만드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오직 인간만이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꽃을 꺾어서 죽은자의 제단을 만든다. ​ ​ 벌과 나비는 꿀을 따기 위해 꽃을 찾지만 사람은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꽃밭으로 간다. 사람을 만든 한 송이의 꽃 영혼을 만든 한 송이의 향기 짐승의 이빨이나 발톱보다도 강한 한 송이의 꽃잎 ​ ​ 수원 화성을 지을 때 신하들이 상소하기를 "무릇 성곽이란 예부터 적을 막기 위한 것. 튼튼하고 강하면 그만인 것을 어찌하여 아름답게 꾸미시려다 성심마저 상하시려 하오..

봄의 시인 / 이어령

​ 봄의 시인 / 이어령 ​ ​ 꽃은 평화가 아니다. 저항이다. 빛깔을 갖는다는 것, 눈 덮인 땅에서 빛깔을 갖는다는 것 그건 평화가 아니라 투쟁이다. ​ ​ 검은 연기 속에서도 향기를 내뿜는 것은 생명의 시위. 부지런한 뿌리의 노동 속에서 쟁취한 땀의 보수. ​ ​ 벌과 나비를 위해서가 아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가 아니다. 꽃은 오직 자신을 확인하기 위해서 색채와 향기를 준비한다. 오직 그럴 때만 정말 꽃은 꽃답게 핀다. ​ ​ 꽃은 열매처럼 먹거나 결코 씨앗처럼 뿌려 수확을 얻지는 못한다. 다만 바라보기 위해서 냄새를 맡기 위해서 우리 앞에 존재한다. ​ ​ 그래서 봄이 아니라도 마음이나 머리의 빈자리 위에 문득 꽃은 핀다. ​ ​ 시인의 은유로 존재하는 꽃은 미소하고 있는 게 아니다 가끔 분노로 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