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 권 영 하 도배를 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낡은 벽은 기존의 벽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진액을 빨아 버짐으로 자랐다 벽지를 그 위에 새로 바를 수도 없었다 낡고 얼룩진 벽일수록 수리가 필요했고 장판 밑에는 곰팡이꽃이 만발발했다 합지보다 실크 벽지를 제거하는 것이 더 힘들고 시간도 많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사하거나 집을 새로 지을 수도 없었기에 낡은 벽을 살살 뜯어내고 새 벽지를 재단해 잘 붙였야 했다 습기는 말리고 울퉁불퉁한 곳에 초배지를 발랐다 못자국과 흔적은 남아있었지만 잘 고른 벽지는 벽과 천장에서 환하게 뿌리를 내렸다 온몸에 풀을 발라 애면글면 올랐기에 때 묻고 해진 곳은 꽃밭이 되었다 갈무리로 구석에 무늬를 맞추었더니 날개 다친 나비도 날아올랐다 방안이 보송보송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