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꽃구경 3

꽃 그늘에 눕힐란다 / 강 경 주

그림 : 유 복 자 ​ ​ 꽃 그늘에 눕힐란다 / 강 경 주 ​ ​ 개밥도 챙겨 주고 닭 모이도 주어야지 목숨 붙은 것들인디, 나만 믿고 사는디 꽃구경 거 좋겄다만 내사 마 못 가겄다 ​ 여기도 봄은 오고 눈빛 또한 따듯하다 생강나무 꽃숨따라 산수유 노랗더니 무 배추 장다리꽃에 정령 같은 나비 떴다 ​ 꽃 피고 지는 거나 사람 왔다 가는 거나 해 뜨고 지는 일도 내 눈엔 다 한 가지다 한나절 적막한 꿈이나 꽃그늘에 눕힐란다 ​ ​ ​ 시집 : 노모의 설법 ​ 안개꽃 라벤더 ​ ​ 너는, 누구냐 / 강 경 주 ​ 꽃은 무심히 피어 저리도 아름다운데 ​ 나는 마음을 잃고 치매를 앓는 구나 ​ 내가 네 어미였더냐 ​ 언제까지 그랬냐 ​ ​ 시집 : 노모의 설법 ​

따뜻한 봄날 / 김 형 영

​ 따뜻한 봄날 / 김 형 영 ​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고 가네. ​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을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 ​ * 따뜻한 봄날을 장사익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 시는 화사한 봄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자세히 천천히 읽어보면 고려장을 소재로 한 시다. 요즘은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놓..

카테고리 없음 2020.12.10

꽃구경 가자 (자작 시)

꽃구경 가자 / 이 효 ​ 얘야 꽃이 피었구나 꽃구경 가자 ​ ​ 모두가 잠든 밤 당신 검게 그을린 폐 붉은 꽃 한 조각 펼쳐 놓고 가슴에 바느질하는 소리 딸에게 전화를 건다 ​ ​ 아버지 왜요? 새벽이잖아요 동트면 일나가야 해요 찰칵~ ​ ​ 얘야 꽃구경은 다리 힘없다 목소리가 듣고 싶구나 뚜뚜뚜~ ​ 당신은 그렇게 가셨습니다 꽃이 피면 미안했습니다 붉은 꽃이 피면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 ​ 멀리서 웃어 주시는 아버지 옷자락이 너무 얇아서 꽃무늬 가득한 가을 산자락 끌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