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날 / 김 형 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고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을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 따뜻한 봄날을 장사익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 시는 화사한 봄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자세히 천천히 읽어보면 고려장을 소재로 한 시다.
요즘은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놓고 한 번도 찾지
않는 자식들도 있다고 한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정말 세상이 왜 이래"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서로 서로 마음이 덜 아픈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