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카테고리 없음

따뜻한 봄날 / 김 형 영

푸른 언덕 2020. 12. 10. 18:20

따뜻한 봄날 / 김 형 영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들을 지나고

산자락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었네.

봄구경 꽃구경 눈 감아버리더니

한 움큼 한 움큼 솔잎을 따서

가는 길바닥에 뿌리고 가네.

어머니, 지금 뭐하시나요.

꽃구경 안 하시고 뭐하시나요.

솔잎은 뿌려서 뭐하시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돌아갈 길 걱정이구나

산을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 따뜻한 봄날을 장사익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 시는 화사한 봄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자세히 천천히 읽어보면 고려장을 소재로 한 시다.

요즘은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놓고 한 번도 찾지

않는 자식들도 있다고 한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정말 세상이 왜 이래"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서로 서로 마음이 덜 아픈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