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박 삼 덕 코뿔소 / 나 호 열 둥글둥글 살아가려면 적이 없어야 한다고 하시다가도 생존은 싸늘한 경쟁이라고 엄포도 놓으시던 어머님의 옳고도 지당하신 말씀 고루고루 새기다가 어느새 길 잃어 어른이 되었다 좌충우돌 그놈의 뿔 때문에 피헤서 가도 눈물이 나고 피하지 못하여 피 터지는 삿대질은 허공에 스러진다 이 가슴에 얹힌 묵직한 것 성냥불을 그어대도 불붙지 않는 나의 피 채찍을 휘둘러도 꿈적을 않는 고집불통 코뿔소다 힘 자랑하는 코뿔소들 쏟아지는 상처를 감싸쥐고 늪지대인 서울에 서식한다 코뿔소들이 몰래 버리는 이 냄새나는 누가 코뿔소의 눈물을 보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