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 이 효 어머니는 수국화였다 / 권 정 일 그때 나는 세모시 저고리에서 달빛보다 더 선연한 바늘의 등뼈가 휘어지는 것을 보았다. 열 손가락 관절이 삐걱이는 소리를 들었다. 수묵화처럼 가지런한 이마가 환한 빛을 내던 토방 쪽마루를 보았다. 어머니 반짇고리 곁에는 내가 이름 지어준 별들이 내려와 집을 짓곤 했다. 못에 찔려 피 흘리던 내 꿈들 우리집 추녀 끝에 밤마다 찾아드는 바닷소리를 들었다. 한 채 섬이 된 우리집 마당으로 물방울처럼 별 하나 별 둘 똑똑 떨어지는 기척이 있었다. 옛날 이야기가 섬이 되어 떠다니고 푸른 슬레트 지붕이 녹스는 소리마저 정겨운 여름밤이었다. 흑싸리 화투패 같은 빈 껍질의 어머니 가슴에서도 녹스는 소리가 들렸다. 어쩜 그것은..